최근에 지인이 빌트인 가전인 에어컨이 고장이 나서 수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집에 꽤 오랫동안 살았고 해서 협의를 통해
집주인 분과 금액을 나누어 부담했는데요.
오늘은 오랜 세입자 생활을 통해 터득한 집주인과 분쟁을 최소화하고
원활하게 수리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1. 빌트인 가전이 고장이 나서 수리가 필요하면 집주인에게 먼저 알릴 것!
집주인에게 알리는 건 법적으로 의무가 있지는 않다고 하지만 어쨌든 남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이고
금액이 발생하면 집주인 분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니 그전에 주인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게 예의인 것 같습니다.
또 집주인 분이 원하는 수리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드물게 (간단한 부분은) 직접 수리를 해주실 수도 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수리 관련해서 집주인과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이 부분이 스킵이 되어 뭔가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기면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2. 원인 파악 및 부담주체 확인
일반적으로 가전의 고장원인이 임차인에게 있다면 임차인이 부담하는 게 맞고 그 외에 노후로 인한 고장이라면 임대인이 부담합니다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민법 제628조
임대차 계약에 있어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 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 수익 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 34692, 판결
예를 들어 세탁기에 임차인의 물건이 끼어 고장이 났다... 그러면... 저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별문제 없었고 그냥 오래돼서 고장이난 거면 임대인에게 청구해야겠죠.
+ 계약서에 임차인의 보수/수리 의무에 대해 별도로 적어두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에는 부담의 주체가 바뀔 수 있으니 꼭 계약서도 확인해 보시길 바라요.
3. 집주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리 진행 및 청구
사실 물건이 고장이 났을 때 수리를 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지는 않을 겁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집주인과 사전에 협의하고 집주인의 의지로 수리를 진행하면 그 뒤의 청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 집주인이 수리비를 부담하려 하지 않을 때*
안타깝지만... 임대인이 부담하는 게 맞는 상황이어도,
임차인은 보통 수리비로 소송까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임대인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잘 이야기해서 받아내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유형 1) 임대인이 목적물에 대한 수리의무가 있는 것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집주인
수선의 의무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임차인이라면 수리비를 청구했을 경우
갑자기 누가 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느낌이라..
기분 나빠하고 안 준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습니다ㅠㅠ
우리는 어쨌든 수선비를 받아야 하니ㅎ 최대한 좋게 좋게 공손한 말투로
세입자가 나중에 빌트인 가전을 들고나갈 수는 없으니, 집주인 분이 고쳐주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그래도 안되면 계약서와 법도 그런 것 같더라라고 지나가듯이 언급하고
(계약서에 임대인의 의무에 대해 명시가 되어있는 경우 있습니다.)
천천히 한번 확인해보시고 알려달라고 말씀드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법조문은 직접 보내는 것보다 직접 검색해서 확인하실 수 있게 하는 게 좀 더 부드럽게 해결되는 것 같아요.
직접 보내드리면 놀라서 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ㅎ
유형 2) 청구받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해서 지급을 거부하는 집주인
만일 청구하는 과정 중에 뭔가 내가 잘못한 게 있고, 그것 때문에 집주인 분이 기분이 상해있는 거라면,
우선 통화 가능한 시간을 문의드려서 직접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되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고
사과하면서 시작하는 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좋은 것 같습니다.
집주인이 감정이 상해있으면 분명 세입자도 감정이 상해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겠죠...
먼저 사과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먼저 차분하게 사과하고 나면 집주인 분도 마음이 많이 풀려서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어가기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유형 3) 충분히 설명을 했는데도 예전부터 수리는 임차인이 관행적으로 부담했다며 우기는 분
이런 분은 정말... 이제는 없으면 좋겠는데ㅠㅠ 아무래도 이런 분에게는..
변호사를 써서 소송할게 아니라면 수리비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더 하고 싶으시면 내용증명을 보낼 수도 있겠지요.
근데 이걸 한번 보내면 관계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런 분이면... 그런 일이 정말 없길 바라지만... 나중에 계약기간 만료 후 원상복구의무도 확대 해석해서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비용을 부담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ㅠ
내용증명이 아니더라도 영수증을 가지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예전이야 임차인들은 대부분 젊고 경험이 많이 없어서 잘 모르고 중개인(집주인 편)이 우기면 그런 줄 알고 당했겠지만.... 요즘 같이 검색 한 번이면 모든 게 확인 가능한 세상에서 그걸 "관행"이라고 부르며 갑질하시는 분들은 진짜... 이제는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집주인과 최대한 서로 예의를 갖춰서 대하고 분쟁 없이 행복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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