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기모코라는 인물을 이해해 보려고 생각해 보았다.
기모코는 기본적으로 동안에 몸매가 좋고 사업수완이 아주 좋은 매력적인 여자다.
사람들을 대할 때는 얌전하고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겉면을 보이고 있지만... 그녀가 한 행동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겉과 속이 굉장히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원래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고 왜 그녀가 그런 행동들을 했을지 시간순으로 생각해 보았다.
1. 학생 시기
그녀는 채소가게를 하는 절름발이 아버지와 도벽이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먹고살 길이 없어지자 예전 귀족 출신집에 어머니와 식모살이로 들어가게 된다(합의가 된 부분은 아니었지만). |
친부모님이 있지만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자신을 업둥이라고 소개하고 귀족집에서 버려진 아이인 것처럼 거짓말하는 걸 보니 현실에 불만이 많고 원래 허영심이 좀 있던 사람인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거나 식모살이로 들어가게 된 건 객관적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녀가 동경하던 귀족집의 문화를 배우기에는 좋은 환경이었을 것 같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단정한 태도와 말투는 여기서 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2. 부기학원 시절
밤에 부기학원을 다니면서 3급, 2급 자격증을 취득한다. 와중에 주인집 오빠랑 데이트도 하다 걸려서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고 이후에는 낮에는 보석집에서 밤에는 부기학원을 다니다가 2급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밤에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된다. 18,19살에 각각 아이를 낳는다. |
이 시기가 주인공이 젊은 시절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버지도 계시지 않으니 미래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해서 나가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보석점에서 일도 하고 부기자격증도 2급까지 취득했으니 이때에는 나름 자신감이 붙지 않았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주인집 오빠와 잘되어 귀족집 며느리로 사는 꿈을 꾸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근데 데이트하다가 걸려서 그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밤에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서 인생이 조금씩 꼬이게 된 것 같다. 처음 시작이 뭐였을지는 모르겠지만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서 유부남 사장과 불륜관계가 되고, 같은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대학생과 동거를 하게 되고, 주인집 오빠랑 자면서 아이가 생긴다.
개인적으로 주인집 오빠나 동거남이 중 하나만이라도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기미코는 그 남자와 결혼해서 비교적 얌전히 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기미코는 남자를 보는 눈이 지지리도 없었고 세 남자 다 아이를 책임질 생각이 없었다. 이때 속으로 한번 절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때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겠다고 독하게 결심했을 것 같다. 겉으로는 순종적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이때 동거남 몰래 혼인신고를 하고 사장님 집에 가서 난리를 치고 결국 아이를 낳은 것이 그 불만의 표출이지 않을까 싶다.
3. 사업을 확장하던 시절
유부남 사장이 두 아이가 자기 아이라고 믿은 덕분에 보석점과 레스토랑을 얻게 되고 탁월한 부동산 안목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이때 두 번째 남편을 만나서 연예도 하고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비교적 일반적인 형태의 결혼을 하게 된다. 남편은 처음에는 기미코의 사업가적 능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차차 알게 되면서 심한 열등감을 느끼고, 숨겨놓은 아이가 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기미코를 떠나버린다. |
기미코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예결혼을 한다는 사실에 아주 기뻤던 것 같다. 드레스도 직접 화려하게 맞춰 입고 결혼식날 울었다고 하는 걸 보면 이전의 남자들과의 맘고생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남편에게 아주 잘해주고 이 생활을 유지하고 싶었던것 같다. 하지만 기미코에게는 두 번째 남편에게도 솔직하지 못했고, 그녀의 두 아들과 사업에 대해 알게되자 남편은 부담을 느끼고 떠나버린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누군가에게 잘해준다"의 정의가 그 사람을 존중해 준다가 아니라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해 준다라고 박혀있는 갓 같기도 하다.
4. 성공한 젊은 사업가 그리고 죽음
이 시절 기미코는 이미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번 사업가이다. 그녀는 대외적으로 나이를 10살 속인 상태로 사회활동을 하고 젊은 여성 사업가가 성공하는 법 같은 걸 강연한다는 핑계로 방송에 나가 유명세를 탄다. 사업도 사회활동도 잘되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건물 사무실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추락사한다. |
기미코는 뒷일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우선 앞에서 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서 상황을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아주 능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크게 성공도 했다. 정보의 전파가 빠른 요즘에는 절대 통하지 않을 방식이지만 그녀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게 가능한 방식이었다. 그래서 꾸며낸 이야기라도 내가 유리한 쪽에만 설 수 있다면 계속 그렇게 살아도 되나 보다 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녀는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필요한 사실을 감추는데 아주 능했다. 그녀는 그렇게 역시 마지막에도 세명의 남자와 관계를 이어나갔으며 그 세명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다. 그렇게 꿈꾸듯 살아다가 첫째 아들에게 거짓말쟁이라는게발각 되고 그것을 꼬집혔을 때 현타가 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외의 그녀의 주위는 여전히 견고하고 완벽했고 그걸 다시 한번 쭉 확인한 기미코는 만족하며 하늘로 날아가려고 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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